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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To paradise[칼리토-carlito's way]

2003.04.21 17:56

TOTO 조회 수:1173

calito.jpg

★★★★★

감독 : 브라이언 드팔마
출연 : 알 파치노, 숀 펜

내가 샾에서 비디오를 빌릴 땐, 그저 쑥 훑어보다가 걸리는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왠지 우중충한 날과 분위기때문에 고르게 했던 모양이다.그리고 그때 이 테잎이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을 한없이 감사한다.

칼리토 브라칸테. 그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실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원인을 찾아간다. 복역을 마치고 나온 그는 자신이 속해있던 어두운 세계를 벗어나, 그만의 이상향인 섬에서의 자동차대여점운영을 꿈꿔가며 성실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그가 밝은 세상에서 곧게 살아가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 어두운 현실로 끌어들인다. 그러한 현실에의 본질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칼리토는 결국, 이상향으로의 탈출을 죽음으로 끝내게 된다.

사람은 늘 이상향을 동경하며 살아간다. 그러한 이상향은 종종 현실을 망각한 것이여서 현실을 잊게 하는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의 이상은 얼마나 현실에 얽매여 있고, 거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영화에서는 칼리토의 죽음을 통해 말하고 있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 현실을 탈출은 곧 삶의 끝, 허무를 의미한다...

하지만, 칼리토는 그러한 탈출 덕분에 행복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두운 현실에서 매일매일 아무런 이상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단지 삶을 유지하는 것에 있을 뿐이다. 살아가기 위한 삶. 그러한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보통의 우리들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꿈꾸지 않는 삶, 지향점이 없는 삶을 살았다면, 칼리토는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력하는 삶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또한  마지막장면에서와 같이 춤추고 있는 연인과 아이들의 환상을 통한 달콤함은 평생 맛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루지 못한 이상이라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것을 믿는 한, 그 사람은 분명 삶의 달콤한 맛을 느낄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는 분명 높을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그는 세간의 평가대로 히치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주를 묻어버린 작가,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한 작가일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1990년대 초의 작품에서, 지금의 거대자본의 블록버스터에서조차 느끼지 못한 긴장감과, 전형적인 갱스터무비임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 한켠에 알 수 없는 애처로움을 남긴 장본인이란 점에서, 나는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파라다이스로의 탈출을 죽음과 바꾸어서라도 추구할 것인지. 그 대답은 아마도 시간이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