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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반격[내인생의 콩깍지]

2003.04.22 01:54

TOTO 조회 수:1269

kong.jpg
★★★★★

MBC 월, 화 밤 9:55
연출 : 한희
극본 : 조명주
출연 : 소유진, 박광현, 김지우, 정민, 김인권, 강래연, 변정수, 지상렬, 이영하, 김영란, 김인문, 이희도, 송옥숙, 조은지
방송 : 2003. 04. 07 ~ 2003. 05. 27

뮤지컬, 사랑, 이별, My way, 인생, 코믹, 그리고 박광현과 소유진.

대부분의 드라마는 초반의 구성력을 종반까지 끌고가지 못한다. 이는 다양한 사건의 전개를 무엇보다 관심있어 하는 시청자, 연기자와 스탭들이 인간이라는 점 이 두가지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평가는 대체로 종영이후에 내리는 것이 객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극 초반에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위의 8가지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를 훌륭히 배합해 낸 구성력에 대한 탄복 때문이다.

예전에 베스트 극장의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이유에 대한 상상'이란 작품에서 내가 알기로는 최초로 드라마상에서 뮤지컬을 시도했었고, 나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 시도를 해낸 연출가가 미니시리즈에서 또다시 시도를 하고 있다. 뮤지컬 장면이 전작보다 많이 삽입되지는 않았으나,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부합시키는 구성은 또다른 드라마의 재미를 발견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코믹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임에도 극중 경석(박광현)의 아버지(이희도)의 정년퇴임식에서 나오는 My way 때문에 눈물이 흐를뻔했던 것은 나조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내가 웃기지만, 이럴 수 밖에 없는 날 만들어낸 작가들에게 또다시 감탄할 수 밖에...

사랑과 이별, 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드라마에 존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이런 흔한 코드에 식상해 하면서도 자꾸 보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주연인 박광현과 소유진의 연기는 정말로 의외의 소득이었다. 너무나 가벼워보여 싫었던 박광현은, 어려운 집안사정 속에서도 능글대며 밝은 성격을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청년으로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분했다. 소유진은 물론 철저히 드라마 속에서만은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 어느때보다 몸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어 즐거웠다. 소유진이 부르는 김광석의 '사랑했지만'도 나름대로의 느낌이 닿았다.

또 한가지, 두 사람의 사랑, 아니 인연을 오랜 시간에 걸친 스토리로 풀어냈다는 것 역시 이채롭다. 물론 '몇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훨씬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반사였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에 걸친 두 사람의 인연을 스토리로 전개해 나간 드라마는 지금껏 본 기억이 없었고, 이는 나에게 또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드라마의 현실때문에 드라마는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단지 핑계일 뿐이라고 조소하는 드라마, 그것이 '내 인생의 콩깍지'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직 갈길이 멀다. 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종반까지 어떻게 조화를 시키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일 것이다. 산뜻하게 출발한 드라마일수록 후에 악평이 더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어쨌든, 난 당분간 월요일과 화요일의 저녁시간을 담보잡혔다. 그 담보가 일정보다 일찍 풀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