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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지음, 한겨레신문사


신문에서 광고는 여러번 봤다. 가볍게 다가오는 제목에 비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마냥 어색하기만 했고, 이 때문에 나는 가볍게 지나갔다. 그리고, 선배가 두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중 한권이 나에게 넘겨졌다.

초반부는 한국 프로야구가 창단되던 1982년, 원년 구단 중 하나였단 삼미슈퍼스타즈와 관련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1인칭 형식으로 담담하게 풀어갔다. 문어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구어체적이고, 구어체라고 하기엔 지극히 문어체적인 독특한 문체는 삼미슈퍼스타즈의 화려한 기록과 더불어 배가 아플 정도의 지독한 웃음을 선사했다. 읽는 내내 '이런 코믹 소설이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우리 문학계가 좋게 말하면 개방적, 나쁘게 말하면 수준이 얕아졌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삼미슈퍼스타즈와 그 구단의 팬클럽이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쉴세없이 웃게 한다.

그러나 중반부, 종반부로 흘러갈수록 초반부에서 나에게 지독한 웃음을 선사했던 삼미슈퍼스타즈는 그 웃음이 무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현대사회, 그리고 이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조소로 다가왔고, 내가 웃었던 만큼 난 더 깊이 지금의 나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돌아보게 했다.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받기 어려운 공은 받지 않는' 야구를 했던 삼미의 야구는 말 그대로 '프로야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야구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이유로 끊임없이 야유를 받아야 했고, 팬들에게 실망을 안길 수 밖에 없었다. 프로라 하면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받기 어려운 공도 받아야 했고, 치기 어려운 공도 홈런으로 날려버릴 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통째로 바쳐, 그러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무소불위의 정신이 프로였다. 그리고 삼미는 '프로'가 아닌 자신의 야구만을 고집한 결과 창단 3년만에 해체를 맞이하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나 역시 치열한 '프로'의 세계를 동경해 왔고, 나 자신을 '프로'로 만들기 위해 지금 이토록 애쓰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나의 시간, 정열을 바치는 삶, 그리고 딱 먹고 살만큼만 일하며 나머지를 온건한 나의 삶으로 만들어가는 삶.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지금껏 무조건적으로, 신념적으로 옳다고만 생각했던 '프로'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까지 완전히 '프로'로 남을 수는 없다는 또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에게 '삼미'가 던져주는 또 하나의 삶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