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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

2004.04.11 23:30

이현국 조회 수:815

프로야구에서 통용되는 용어 중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것이 있다. ‘프랜차이즈’는 ‘연고지’를 의미한다. 곧 ‘프랜차이즈 스타’라 하면특정 연고지 혹은 특정 팀을 대표하는 선수를 가리킨다. 예컨대 ‘선동열’ 하면 광주의 해태, ‘이만수’ 하면 대구의 삼성, ‘송진우’ 하면 대전의 한화가 동시에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무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선수이니만큼 기본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운동 외적으로도 도덕적 흠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위에서 열거한 선수들처럼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특정 팀의 팬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인 것이다. 


갑자기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말에 대해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최근 보도되는 각 당 대표급 인물들의 행보를 보면서 뇌리에 스친 단어였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영남지역에서,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호남지역에서, 그리고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충청지역에서 전력투구하고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역적 연고지가 영남지방,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역적 연고지가 호남지방, 그리고 김종필 총재의 고향이 충남 부여인 것을 감안하고 보면 그들의 ‘프랜차이즈’에서 선거운동 개시 이후 절반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탄핵 가결 이후 급격히 변화된 여론에 이것저것 신경 쓸 처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정치권이 고쳐야 할 과제였던 ‘지역주의’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으로 여겨져 씁쓸하다. 현격히 줄어든 지지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겨우 지역주의인가. 40대의 후보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젊은 여성 당대표가 출현한 21세기의 우리 정치에서도 여전히 감성에 기반한 지역주의가 여전히 선거운동의 기본인가. 


당대표들은 그들의 지역적 연고를 우선한 감성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민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정책으로 승부하는 당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뛰어난 실력과 자질을 갖춘 당을 만들어 가는 

것은 뒤로한 채 프랜차이즈의 이점만을 노리는 당대표들의 행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는 프랜차이즈만 있고, 프랜차이즈 스타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서도 지역 주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더 나아가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많이 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www.hani.co.kr/arti/legacy/legacy_general/L525586.html

한겨레신문 4월 12일자  '왜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