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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발개발 드라마[건빵선생과 별사탕]

2005.06.15 21:04

TOTO 조회 수: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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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SBS 수, 목  밤 9:55~10:55
연출 : 오종록
극본 : 김정아
제작 : 싸이더스HQ
출연 : 공효진, 공유, 김다현, 최여진, 양금석, 이효정, 이윤지, 박인환, 조형기, 현영, 조상기, 김윤경, 금보라, 주호, 장희진, 박효준

치열한 고민 없이 ‘대충 만들어도 대박 칠 수 있는’ 드라마의 예가 또 하나 탄생했다. 전혀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를 보며 입을 다물기 힘들었고 공유와 김다현의 연기를 보며 그들에게 감히 주연을 맡길 수 있는 스태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제 조금 식상해지기 시작한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공효진 덕분에 마지 못해서라도 볼 맛은 났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계속 의문이 든다. 친아들을 새엄마(양금석 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미워하는 친아버지(이효정 분)가 있을 수 있을까? 그토록 반항적인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선행 하나씩으로  줄줄이 거짓말처럼 착한 아이들로 변할 수 있을까? 이토록 재단이 제 멋대로 주무르는 학교가 있을까? 지현우 선생님(김다현 분)은 말썽꾸러기인데다 별 사건도 없었는데 왜 나보리(공효진 분)를 좋아할까? 태인이(공유 분)은 마지막에 왜 아버지와 새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할까? 지현우 선생님을 만날 때 그토록 내세우던 보리의 자존심이 태인이 만날 때는 어디로 간 걸까? 결정적으로 태인이는 왜 나보리를, 나보리는 왜 태인이를 좋아할까?

개연성 있는 전개는 시청자의 감정적 동화를 이끌어내고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감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무시한 채 전혀 개연성 없는 전개 속에 억지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집어넣고 시청자에게 ‘감동하라’고 떼를 쓰니 나로서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차라리 ‘학원물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뛰어 넘어 시니컬한 코믹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게다가 두 주연배우는 진지한 연기가 눈에 힘만 주면 되는 줄 아는 신출내기였다. 공유의 연기는 그나마 점점 나아지는 기색이라도 보였지만 김다현은 <안녕 프란체스카>의 ‘장쌤’이 연상되는 연기로 초지일관했다. 아마도 조만간 이 두 배우를 브라운관에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오윤아의 중간 투입은 기존 우리나라 드라마의 악습을 그대로 재연한 꼴이 됐다.

이렇게 어이없는 이야기와 배우들 틈에서 공효진만 고군분투 했다. 물론 그녀의 연기 역시 영화 <품행제로>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이상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캐릭터를 지닌 배우가 없기에 아직 그녀의 연기는 볼만하다. 하지만 그녀를 제외하고 ‘볼만한’ 부분은 없었다. 고등학생이 등장하지만 그 어디에도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어른들의 눈에 비친 ‘왜곡된 고등학생’들이 성인역할을 대신 할 뿐이었다. 알맹이는 없이 ‘시청률 대박’이라는 결과물만 받아먹은 작품. 이 작품에 환호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 작품 어느 면이 좋으신가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