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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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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1권<단군에서 김두한까지>, 2권<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 상사까지>
한홍구 지음, 한겨레신문사

빈 라덴의 9.11 테러를 목도한 우리에게 '안중근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불편해 하지 않을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그만큼 역사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역사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학창시절 내내 한 쪽의 시각에서 기술된 역사만 접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바라보는 세상을 편안히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한편 낯선 그 시각은 동시에 이제껏 맛보지 못한 새로움도 전해준다.

박노자, 홍세화 등 진보 논객들의 글을 자주 접한 이들에게 이 책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지금까지 강요된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조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들 진보논객의 글들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글쓴이가 역사학자인 만큼 사상과 체제를 중심으로 서술한 그들의 글보다는 역사적 사료를 중심으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그 형식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이 책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편년체로 서술된 정통 역사서는 아니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칼럼을 묶어 펴낸 책인 만큼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단편들을 그 기원을 좇아가는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조망한다. 이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려는 사람 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껴보려는 이, 진보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이들이 재미있게 읽기에 적당하다. 글쓴이의 시원시원한 문체와 박정희, 군대, 북한 등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부각되는 이슈들을 소재로 한 점은 새로운 시각의 불편함도 잊고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요소다.

단 아쉬운 점은 필자가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재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전공이 근대 항일무장투쟁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친일', '북한', '박정희', '군대' 등 비슷한 성격의 소재만 다루고 있다. 두 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을 감안한다면 '여성', '문화' 등 보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런 폭넓은 시각을 견지했다면 더욱 완전한 '대한민국史'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대학 새내기, 혹은 맹목적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한 번 쯤 권할 만한 책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역사는 완전하지 못한 반쪽 뿐임을 깨닫는데 더없이 적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