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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화려한 변신[카스테라]

2005.08.26 02:08

TOTO 조회 수: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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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지음, 문학동네

이 책을 처음 집어 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딱 하나. 저자인 박민규였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킥킥댔던 유쾌한 시간들이 여전히 생생했기에 '박민규'의 이름이 적힌 소설집을 주저 없이 골라들 수 있었다. 그 즐거웠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적어도 <카스테라>에서만큼은 헛된 것이었다. 여전히 그의 독특한 문체(소설가 김영하는 新언문일치체라고 평가한다)는 생생했지만 그 속의 유쾌함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한 번 쭉 읽는 것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은유와 상징이 가득했다. 그의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집어든 사람이라면(나를 비롯하여) 당황했으리라.

하지만 매 단편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비록 유쾌함은 찾아보기 힘들지언정 그만의 재치나 번뜩이는 상상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곧 알 수 있다. 냉장고, 아버지, 게임 <너구리>, 변비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출발한 각 단편들은 그의 상상력과 재치를 등에 업고 무한히 뻗어나간다. 소시민 아버지는 높은 곳의 나뭇잎만을 먹기에 다른 동물들과 다툴 일 없는, 목이 지나치게 길어 지나치게 슬픈 동물 기린으로 승화되고 오리배는 마이너리티들의 세상으로 이어진다. 모든 단편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상징들은 '역시 박민규'임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나무>가 군더더기 없이 꽉 끼워 맞춰져 있다면 <카스테라>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것 같은, 쓰고 싶은 대로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끔 이해 못하는 상징물이나 생뚱맞은 대목이 나와 당황하곤 한다. 아마도 내 생각엔 그런 대목들을 이해하기 위해 골머리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작가조차도 그 대목을, 그 물건을 왜 언급했는지 모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니 그리 된 걸 어쩌라고요?"라고 오히려 되묻지 않을까 싶다.

이외수는 그의 등장을 우리 문학사에 가장 큰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책의 표지는 박민규를 '무규칙 이종 소설가'라고 소개한다. 내가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다.
"그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