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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Sam 2[드리머:Dreamer]

2006.05.01 22:41

TOTO 조회 수: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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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존 커틴스
출연 : 다코다 패닝, 커트 러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엘리자베스 슈

예전에 작은어머니께 사촌동생을 가리키며 '이 녀석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곤 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그대로 멈추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엽고, 예뻤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촌동생 이후로 처음이다. 내게 그런 생각을 품게 한 존재는... 바로 <아이엠 샘>의 다코다 패닝이다.

인형같은 외모에 새침데기 표정, 그리고 똑 부러지는 언어를 구사하던 그 아이에 전세계가 열광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창문을 뛰어넘어 아빠를 향하던 모습, 그리고 아빠와 주고 받던 많은 말들에 난 참 많이도 울고 웃었다. 그래서 <드리머>를 접할 때, 오래 전의 설렘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었다.

어찌보면 다코다 패닝을 캐스팅 했다는 것을 차치해도 <드리머>는 <아이엠 샘>과 비슷하다. 경주 중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리가 부러진 경주마는 쓸모가 없다), 게다가 불임이라서 좋은 유전형질을 물려주지도 못하는 암말 소냐도르('소냐도르'는 '드리머'의 스페인어다)를 보며 <아이엠 샘>에서 자신의 딸 조차도 지키지 못하던 아빠 샘 도슨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또한 딸에 힘입어 다시금 아빠가 될 용기를 찾은 샘, 그리고  케일(다코다 패닝 분)에 의해 다시금 재기를 꿈꾸게 되는 소냐도르. 조그만, 그리고 여린 소녀에 의해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는다는 점에서 <드리머>는 또 하나의 <아이엠 샘>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스토리의 견고함은 <아이엠 샘>에 비해 많이 부실하다. 영화는 주인공인 케일과 영감을 주고 받을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 소냐도르와 케일의 아버지인 벤(커트 러셀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딸에게만은 좌절을 주기 싫어하는 자상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품 속에서 마음껏 희망을 꿈꾸는 딸. 이런 가족의 이야기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보다 큰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서는 소냐도르 쪽으로 중심 축을 옮겨왔어야 했다.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혼의 대화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었어야 보다 진한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터였다. 결국 두 관계를 모두 끌어안으려는 욕심은 영화를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었다. 인간과 동물이 주고 받는 정서에서 오는 감동도 미흡하고, 딸과 아버지 사이에서 오는 휴머니즘도 반감됐다. 시선이 둘로 분산되다 보니, 감동도 분산되어 결국 흩어져버렸다.

게다가 내가 영화를 통해 가장 기대했던 다코다 패닝은 너무나 커 버렸다.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귀여움 보다는 영악함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대한 실망감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것임을 안다. 무럭무럭 클 나이의 아이가 예전 그대로이길 바랐던 나의 어리석음 때문인 것을. 하지만, 단지 큰 것 때문만은 아니다. 어리지만 그녀 역시 커가면서 연기력이 늘었고, 그렇게 는 연기력은 그녀가 갖던 순수한 아이의 매력을 희석시켜버렸다. 이제, <아이엠 샘>의 다코다 패닝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만큼 순수하고 여린 아역배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소냐도르의 축사 앞에 꽂혀가는 아이스크림 막대기, 그리고 자신의 가방을 소냐도르의 입에 물리고 함께 걸어가는 케일의 장면(바로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이다)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딸에게만은 꼭 전해주고픈 아버지 벤의 모습 또한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기엔 충분하다.

나처럼 다코다 패닝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가졌다거나, 간만에 벅찬 감동을 맛보겠다는 욕심을 갖지 않은 평범한 관객이라면 <드리머>는 헐리우드 식 휴머니즘을 잘 전달하는 '볼 만한'영화다. 하지만 <드리머>를 선택하는 관객 중 내가 가졌던 욕심을 갖지 않고 오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