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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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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원신연
출연 : 김윤진, 박희순, 김미숙, 정동환, 장항선

스릴러 영화를 접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과 그 반전을 철저히 뒷받침하는 치밀한 전개.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센스>, <올드보이>가 지금껏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너무나 짜릿한 마지막 반전 때문에, 이 영화들은 모든 예술 작품에서 나오는 '작품성'과 '대중성' 논쟁에서 벗어나 있다.

<세븐데이즈>는 이러한 '반전'을 공공연히 표방했다. '24시', '프리즌 브레이크' 등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의 스릴을 전하는 '미드'를 표방한다고도 했다. 그런 평가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얼마나 자신있기에...', 그리고 한 편으로는 '너희들이 만들어봤자...'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경찰서를 걸어나오며 담배를 무는 케빈스페이시의 미묘한 웃음, 그리고 오대수가 넘기는 사진첩의 충격에서 나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플롯은 단순하다. 딸을 유괴당한 변호사 엄마(김윤진 분)의 딸 구출기. 딸을 구출하는 조건은 명백한 유죄인 정철진을 무죄로 풀어내는 것.

이 영화에서의 스릴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물론 납치된 딸을 구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명백히 무죄였던 정철진이 수사를 거듭할수록 무죄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초반기는 첫번째 스릴로 영화가 이끌어지고, 그리고 영화의 절정은 두번째 스릴로 이루어진다. 어찌 보면 관객으로서 누릴 것이 많아 좋아보이지만, 결국 두 개의 스릴에 욕심을 낸 나머지 관객의 집중은 흐트러지고 만다. 제목에서부터 외쳤을 정도로 주인공에게 주어진 시간은 7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정철진이 무죄임을 밝혀가는 과정에 자연스레 몰두하다보니 7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는 긴박함은 한없이 약해진다. 시간이 조여온다는 느낌보다는 '저 녀석이 어떻게 무죄지?'라는 호기심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릴러 영화의 백미인 반전. 유괴범이 밝혀졌을 때 난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은영 엄마(김미숙 분)가 범인? 그녀가 범인이라는 복선은 단 한 가지다(지금 기억하기로는). 유지연에게 보냈던 조각상의 팔. 그것 역시 뒤에 영화에서 친절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 앞을 반추해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경찰의 도청을 알아차렸을까? 어떻게 유지연을 멀찌감치 따라오는 경찰을 알아보았을까? 어떻게 유지연의 아이가 참치 알러지를 앓고 있는 것을 알았을까? 그리고 가장 강하게 드는 의문. 아무리 사랑하는 딸을 죽인 범인이라 하더라도, 그를 무죄로 끌어내서 직접 죽이고 싶어하는 엄마가 있을까? 영화가 답을 말해 준 뒤에도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들어, 멍 하니 화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극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특히 박희순의 연기는 일품이다. 투박한 황정민, 덜 투박한 설경구를 잇는 안투박한 연기파 배우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에서는 나름 만족하며 따라갔지만, 헛점 투성이인데다 비현실적인 반전으로 큰 실망을 했다. 아마도 '관객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영화를 그르치지는 않았는지...스릴러의 묘미는 '충격적'인 반전이 아닌 '완벽한' 반전이다.

* 화면으로 볼 때 '김윤진의 얼굴이 크긴 크다'라는 생각을 했건만, 무대인사를 나온 그녀를 보고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조막만한 얼굴, 늘씬한 키. 우리같은 범인이 스크린에 비춰진다면 도대체 어떻게 나온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