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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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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밤코너, 일 18:00~19:00, 이소라, 정엽, 백지영,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2PM의 우람한 신체와 힘찬 퍼포먼스, 소녀시대의 매끈한 다리와 화려한 군무. 이 둘을 선봉으로 해서 현재 브라운관은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한 아이돌이 점령한 지 오래다. 이들을 시기한 네티즌들은 'MR제거', '노래 러닝타임/멤버수' 등으로 가창력 논란을 불지폈지만, 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2AM, 비스트, 틴탑, 카라, FX, 시스타, 달마시안, 남녀공학...게다가 요즘 유행인 각 아이돌의 '따로또같이'인 각 유닛들...현존 아이돌 각 멤버 사정에 어두운 것은 비단 내 나이 탓만은 아니리라. 기하급수적으로 탄생하는 이들의 멤버 면면을 다 아는 사람이 대단할 뿐.

이런 시대여서 그런지 어느덧 TV 가요프로그램을 보면 이제 나도 모르게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기 보다는 '얼마나 더 매끈한 몸'을 자랑하고, '얼마나 더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를 기대하게 된다. 전형적인 삼촌 팬들처럼, 이들을 가창력 따위로 면박줄 생각은 없다. 그냥 귀엽게, 예쁘게 바라볼 뿐.

그런 나에게 잊혀졌던 '목소리의 힘'을 되살려 준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였다.

내 기준에 가수는 딱 세 부류다. 1.Performer, 2.Musician, 그리고 3.Vocalist. 첫째가 요즘 브라운관을 장악한 아이돌을 지칭한다면, 둘째는 90년대 음반시장을 장악했던 세대였다. 감수성 풍부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뛰어나진 않치만 감성적인 매력이 돗보인 목소리. 김현철, 윤상 등은 이 세대의 선두주자였다. 이들의 보컬은 스스로 목소리에 맞는 음악을 작곡함으로서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었고, 이들의 작곡/작사 실력은 '딴따라'였던 가수를 한층 더 지적인 계층으로 상승시켰다. 그래서 이들의 뛰어나지 않은 노래실력은 그리 문제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세번째 부류는 다르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퍼포먼스도 없고, 후광효과를 가져다 줄 작사/작곡 실력도 부각되지 않는다. 오직 목소리. 목소리 하나만으로 대중을 휘어잡아야 했다. 그래서 어렵고 또 드물다. '가수(歌手)'라는 본업에 가장 충실한 것이 이들이다.

하지만 본업에 충실했던 이들은 항상 대세에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조용필, 이승철 등 기라성 같은 보컬리스트들이 기저에 음반 판매량에 있어서는 항상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긴 했지만, 브라운관에서는 퍼포먼스에, 작사/작곡의 후광에 빛을 잃고 있던 시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는 반갑고도 미안했다. 어느덧 잊고 있었던 목소리의 힘을 깨우쳐줬고, 본업에 충실한 이들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작 TV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저질 음질이었지만, 감성을 목소리에 싣는 실력이 탁월한 일곱명의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준 열창을 온 몸으로 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서바이벌 형식이라니...단지 이 형식의 추가 만으로 보컬리스트들은 새벽의 프로그램(대표적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김정은의 '초콜릿' 등)에서 주말로 훌쩍 건너올 수 있었다. 이미 농익을 대로 농익은 이들이었지만, 그 살벌한 형식에서 이들이 느끼는 긴장 덕분에 우리는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었다.

첫회에 꼴찌를 했던 정엽의 말처럼, 누가 1등을 하든 탈락을 하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출연진들의 첫 무대 만으로도 이들이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임은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최고의 무대와 함께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출연진들에게는 대중에게 잊혀지고 있는 보컬의 힘을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콘셉트는 이미 완벽하게 짜여졌다. 이 훌륭한 콘셉트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향후 시청률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이은미, 휘성, 신승훈, 이승환, 김동률....아깝게 매 주 한명씩 탈락한다 해도, 아직 나올 출연진들은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