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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왜 필요하냐고요?

2012.02.16 18:12

TOTO 조회 수:495

얼마전 한겨레21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평등해야 부자도 오래산다'는 제목인데 기사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사회역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 대학 교수가 세계 각 국가의 평균수명이 무엇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해보니 평등지수와 관련이 있더라는 겁니다. 하위 계층의 사회/건강 측면의 많은 문제들(범죄, 질병)이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도를 낮추고 이는 사회 전체를 긴장시키는 요인이 되죠. 그리고 이는 이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결국 평균수명이 단축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Input을 하게 되면 최대한 빠른 Output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성향 덕분에 복지는 '돈낭비', '쓸데없는 지출'로 오인되는 것 같고요. 그러다보니 청계천 복원, 디자인서울 등 Input 대비 Output이 빠르게 나오는 정책에 열광하고 지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낸 세금이 바로 나에게 '내가 멋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가시화되니 그럴 수 밖에요.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가시적인 정책들이 돈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시설물이라는 것은 세우면 끝이 아니라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유지/보수/철거 비용이 발생합니다. 단순히 편리하고 멋진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부어야 하죠. 그 뿐인가요? 좋은 시설에는 사람이 몰리고, 그에 따른 교통체증, 연료낭비, 시간낭비 등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복지는 어떨까요? 예전 EBS의 한 프로그램에서 북유럽 국가의 변호사를 인터뷰 한 내용을 봤습니다. 연봉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데에 대해 억울하지 않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전혀 억울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렇게 세금을 낸 덕분에 나는 이 곳을 그만 둬도 지금 소득의 70%를 보전 받으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직장을 얻는 데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나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세금을 더 낼 용의도 있다'



우리가 세금 내기를 아까워하고, 높은연봉에 연연하고, 해고가 두려워 상사 눈치를 보며 일하는 것. 모두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고, 이는 우리사회가 전혀 '복지사회'가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위의 변호사처럼 사회 안전망이 든든해서 삶을 영위하는 데 걱정이 없다면 세금 많이 내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이토록 밤낮없이 일하는 것이 그 '삶의 안정적인 영위' 때문 아닌가요? 세금을 훨씬 많이 내도 더욱 행복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청소년 범죄', '왕따' 등이 사회적인 이슈죠. 교사인 주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보면 문제가 있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가 방치되어 자랐다거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거나, 아니면 부모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결국 가난이 대물림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도 아직 어린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남에게 배려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열심히 가르치는데, 다른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고요. 이러한 스트레스도 저의 평균수명을 갉아먹는 원인 중 하나겠죠.^^



우리 모두 범죄자를 보면 증오하죠. 그 증오가 강하다 보니, 그 범죄자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증오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범죄자 유전자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믿지 않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아이도 좋은 부모가 사랑으로 키우고, 잘 교육받고, 잘 먹고, 잘 놀면서 자라면 범죄자로 될 확률은 0%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환경, 그 어떤 아이도 잘 교육받고, 잘 먹고,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복지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게 3년동안 천억을 쏟아 부으면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정말 수십년, 수백년간 꾸준히 고민하고 투자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린 이러한 고민은 커녕, 아직도 복지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란 생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직도 '성장'만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는 환상 속에 있습니다.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세금이 남에게 쓰이는 것 같아 아까워하고, 못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낙수효과', '성장이데올로기'에 갖힌 언론들만 보면서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처럼 재산이 한 30억 이상 되어서 평생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길게 보면 복지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이 양보해서 그런 사람들은 복지정책을 반대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나에게 손해니 말이죠. 하지만 항상 집, 대출, 노후생활, 월급에 대한 걱정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제 생각에는 95% 이상일 것 같네요)라면, 복지정책을 낭비라며 비하하는 건은 참 웃긴 일입니다. 자신을 위한 정책을 반대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 중 가장 큰 하나가 '대의 민주주의' 입니다. 직접참여를 할 수 없기에, 자신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 혹은 당을 지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이러한 본래의 가치대로 한다면 한나라당(지금은 새누리당이죠)은 지지율이 5%를 넘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왜냐하면 사학법 개정 반대, 노동법 날치기 처리, 한미 FTA 통과 등 정말 상위 중의 상위층을 위한 정책만 펼치는 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중동의 힘, 그리고 박정희의 유령 덕분에 아직도 국회 과반수 혹은 대권을 잡는 정당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서민을 위한 복지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산입니다. 지하철비도 모르는 정몽준보고 최저생계비 정책 짜라는 것 같은 거죠. 친일을 통해 획득한 부와 권력을 군사정권과 결탁해 확대해서 지금에 이어지는 것이 한나라당과 현재의 기득권층입니다.



사내 게시판에서 벌어진 복지논쟁에 관해 적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