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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어떤 학생

2012.12.17 15:08

이현국 조회 수:517

1반은 일진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반 친구들을 엄청 괴롭혀 학교로부터 주의관찰 대상인 반입니다.
이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P군은 이번에 2반으로 반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원래 2반 출신인데 1반 친구들에게 맞기 싫어서 1반으로 옮겨 같이 일진 활동하다가,
1반이 학교로부터 지속적인 경고를 받고, 그 결과 반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2반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2반으로 와서 보니 2반은 1반보다 공부를 참 못했습니다.
P군은 자기 반이 공부를 못하는 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반장이 되어서 공부 잘 하는 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반장선거 때 강제적으로 반 친구들을 협박하여 반장이 되었습니다.

P군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면학 분위기를 위해서는 돈이 참 많이 필요했습니다.
문제집도 필요하고, 학원도 가야하고, 교실 환경도 깔끔해야하고...
그래서 P군은 반 친구들을 알바보내기도 하고,
부잣집 친구들을 협박해서 반 운영기금을 내놓게 하기도 했습니다.
대신 부잣집 친구들은 더욱 공부 잘 할 수 있는 앞자리를 주었죠.
대신 기금을 내놓지 않은 친구는 뒷산으로 끌고가 실컷 두들겨 팼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돈을 모은 P군은 반 친구들 학원도 보내고, 문제집도 사주고, 교실도 정비했습니다.
바닥에 왁스칠도 쭉 하고, 책꽂이도 사고, 게시판도 고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완비했죠.
그 결과 매 시험마다 반 성적이 쑥쑥 올랐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물론 반 친구들도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강제적인 알바, 학원수강, 문제집 풀기가 너무 억압적이라며 반발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왜 네 방식대로만 해야 하냐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하면 안되냐고, 왜 기금 낸 부잣집 친구들만
맨 앞자리를 앉을 수 있냐고 불만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널리 퍼지질 못했습니다.
불평불만을 터뜨린 친구는 곧장 학교 뒷산으로 끌려가 실컷 두들겨 맞았습니다.
두들겨 맞다가 죽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고요.

그러나 P군은 반장 겸 학급신문 편집장이었기에 이런 사실을 반 친구 대부분은 모릅니다.
다만 강력하고 카리스마 있는 위대한 반장으로 P군을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P군이 반 기금을 얼마나 빼돌린지도 모른 채, 항상 청렴하고 결단력 있는 친구로만 알고 있습니다.


과연
P군은 공부를 잘하고, 반 성적을 올렸으니 훌륭한 학생일까요?

- 클럽토스카, 2012년 4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