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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삶의 미분체

천사

2003.05.20 11:04

TOTO 조회 수: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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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가끔 이야기 할 때,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어도, 아기는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장손인 관계로, 사촌동생들의 아주 어릴적 시절까지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겨우 앉을 줄 아는 그녀석들이 잠들었을 때, 나의 버릇은 그녀석들의 코에 귀를 대고 쌔근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과, 그녀석들의 피부에서 나는 아기내음을 맡는 것, 아주 작게 실룩거리는 눈을 바라

보는 것이었다.

오무릴 줄 밖에 모르는 손에 손가락을 대주면 마치 그것만이 살길인양 꽉 움켜쥐는 모습,

그리고 울다가도 안아주고 얼르면 금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내 머리카락, 얼굴을 헤집으며

마냥 즐거워 하던 모습.

사촌 동생들의 이러한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데,

하물며 나의 모든 것을 전해받고, 오직 이 세상에서 나만을 의지하며, 나를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되는

또 하나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기쁨 때문에 아마도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이젠 그런 즐거움을 주던 사촌동생들도, 나에게 존대말을 쓰며 제법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지금,

그래도 난 그들의 쌔근거리던 숨결이 너무도 그리워, 그들이 성장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더 태어날 사촌동생도 없고...^^;

천사.

세속에 때묻지 않은 천사.

천사도 그들에게는 너무도 부족한 별명이다.



경복궁에서...촬영정보는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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