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 16:16
1.
어제는 안사람 생일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막둥이가 낮은 목소리로 '이리 와보세요'라고 속삭였다.
책상 아래 상자를 꺼내더니 그 안에 있는 빼빼로 2개와 왕뚜껑 컵라면 하나를 으쓱하며 보여줬다.
'엄마 생일선물, 제 용돈으로 샀어요'
그리고 나를 부엌으로 이끌었다.
냉장고를 여니 커피 세 병이 있었다.
'커피 2+1인 거 샀어요'
뿌듯해하는 표정, 웃음 머금은 얼굴.
예뻐서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줬다.
2.
'주말 떡볶이 파티에 간다네'
씻고 나오니 안사람이 말했다.
태권도 주말 프로그램은 돈 몇 만원씩 내는 게 대부분이라,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멀리 거실에서 막둥이가 외쳤다.
'그 거 돈 안들어요!'
안사람의 등짝스매싱이 한동안 이어졌다.
3.
막둥이의 안내장이 엉망이었나보다.
숙제를 적어왔는데, 내용도 잘 모르고, 나눠줬다는 유인물도 없다.
엄마에게 한시간 가까이 혼났다.
가 보니 막둥이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안사람이 달래줄 겸 막둥이랑 같이 자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나 달달 볶인 후라, 난 자신있게 말했다.
'아빠랑 잘까?'
누워있던 막둥이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한 시간을 혼났어도 엄마가 더 좋은가보다.
엄마 껌딱지 같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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