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3 15:50
습관처럼 퇴근길 버스에 오르자마자 유튜브를 켰다.
낯선 뮤직비디오가 추천리스트에 떴다. <싹쓰리, 다시 또 바닷가>
며칠 전 TV에서 얼핏 봤다. 재생을 눌렀다.
스무 살의 나였으면 흘려 들었을 노래.
하지만 중년의 내게 그 노래는 그리웠던 향기를 뿜고 있었다.
듣고 또 들었다. 한 시간 남짓 되는 퇴근길 내내 들었다.
한 마디로 형언하긴 어렵다.
설렘, 혼란, 두근거림, 기대, 우울함, 슬픔이 어울어진 달콤하면서 퀘퀘한 향기.
멜로디를 듣는 순간 그 향이 풍겼다. 어디선가 맡아 본 향기, 모르지만 아는 향기.
데자뷰 같은 순간.
중년들은 이 노래가 품은 그 향기에 열광한다.
모두가 함께 기억하는 향기, 서로 같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
집안 한 켠에 오래 있었던 상자 속 추억처럼, 오랫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 반갑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복고는 지속되기 어렵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가볍지 않은 우리여서, 그 향기에 취해 있을 여유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처럼 흠뻑 빠질 정도로 순박하지도 않다.
그냥 가끔 뒤돌아보는 데자뷰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다시 또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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