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8 15:28
오너의 심심풀이 행사가 끝났다.
천 여 명의 참여자들을 위해 쏟아 부은 40억.
한 달 넘게 이어진 스트레스와의 사투.
어쨌든 끝났다.
여유가 있어 이 공간에 남긴 초창기 글들을 찬찬히 읽어봤다.
문장은 길게 늘어졌고, 의미는 헤아리기 힘들었다.
단어는 현학적이었고, 어순은 마구 뒤집혀 있었다.
아마도 고상해보이고 싶었나보다.
몇 개를 고쳤다.
10년 넘게 쌓아온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란 쉽지 않다.
귀찮아서 포기하려던 찰나, 문득 그 부끄러운 쓰레기들도 내 역사의 일부라는 좋은 핑곗거리가 생각났다.
한 때 나의 진심이 담긴 몸부림들이었을테니 말이다.
단념했다.
흑역사 속의 내 문장들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힘 줘 본 경험이 있어야, 힘 빼는 법을 알기 마련이다.
힘을 빼야 더 잘,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쥐 날 정도로 힘을 잔뜩 준 경험이 필요하다.
힘을 더 빼자.
글도, 내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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