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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분체

A second car

2024.09.22 15:45

TOTO 조회 수:21

급격히 줄어든 근육을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질렀다. 명목은 그럴싸했지만, 어려서부터 자전거 좋아하던 내게 코로나 시기부터 유행하던 로드자전거 문화는 항상 흥밋거리였다. 오랫동안 쳐다만 보다가 찾아온 적절한 타이밍.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뭐든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스컬트라 100으로 맛만 보려 했다. 하지만 경험자인 우진의 조언을 참고하여 카본프레임으로 방향을 돌렸고, 그러다 보니, 가성비충인 내겐 당연히 첼로 케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코로나 시기엔 수요가 워낙 몰린 탓에 정가가 300만원이었던 녀석. 올 초에 230으로 가격을 인하했고, 지금은 25% 세일기간. 게다가 우진이 알려준 가게에서 추가로 할인을 받아 당초의 절반 가격에 구매했다. 

시마노 105 구동계, 카본프레임, 시마노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 이제 막 입문한 내겐 차고 넘쳤다. 장비병 없는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로드자전거가 될 케인, 이 정도면 충분했다.

반조립 택배로 받아 핸들바 조립하다 스템캡을 깨먹어서, 겨우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 왔지만, 로드자전거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마치 F1 자동차처럼 핸들은 엄청 예민해 조금만 넋 놓고 있으면 휘청댄다. 바퀴는 너무 얇아 지면의 상태를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달한다. 조그맣고 뾰족한 안장은 빕숏의 패드도 무력화 시키며 사타구니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를 최대한 굽히도록 설계한 지오메트리는 허리통증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속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비인간적인 자전거가 로드자전거다.

그.래.도. 이미 질러버렸으니 조금만 더 인내해보련다. 허벅지는 후들거리고, 사타구니는 콕콕 쑤시고, 허리도 끊어질 듯 아팠지만 눈 앞에 펼쳐진 청명한 가을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무식하고 비인간적인 자전거에 익숙해 질 때 까지 조금만 참고 달려보련다. 

뭐든지 '익숙해 질 때 까지 견디는 것'이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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