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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過猶不及 [미키17]

2025.03.17 13:00

TOTO 조회 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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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봉준호

출연 : 로버트 패티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머릿 속이 정리 되지 않았다. 메시지는 너무 많아 감독의 의도를 알기 힘들었고, 이야기는 낯설어서 끝까지 호기심 갖고 봤으나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명확히 남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 많이 달랐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돌이켜 보는 것도 '봉준호'라는 이름에 붙은 아우라 때문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개발된 복제인간 기술은 윤리적 문제 때문에 지구 바깥에서, 행성 당 1명만 사용할 수 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미키는 도망치듯 얼음행성 개척단에 지원한다. 별 능력이 없는 미키는 모두가 외면하는 복제인간(익스펜더블)으로 지원/합격하여 떠나게 된다. 얼음행성에서 미키는 바이러스 백신 개발 등을 위해 계속 죽고 복제되길 반복, 17호까지 탄생했다. 외부 탐색 중 크레바스에 빠졌고, 동료는 '다시 태어나라'며 그대로 두고 떠난다. 그러나 외계생명체 크리퍼의 도움으로 17호는 살아 돌아왔다. 본부에는 이미 18호가 복제되어 있어 멀티플(동일 인간이 둘) 상태가 되어 '빨리 없애야 할 존재'가 된다. 18호는 크리퍼 박멸 작전에 나선 지도자 마샬과 함께 자폭한다. 미키의 애인 나샤는 지도자들의 부당함을 폭로하고, 지도자로 선출된다. 나샤는 인간복제기를 폭파하고 미키17과 함께 이를 축하한다.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최하층민으로 살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능하고 돋보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지도자들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부당한 정치지도자들을 끝내 물리치고 정권을 잡는 이상적인 혁명을 염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인간복제가 가져올 혼란과 윤리적 문제의식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카이나, 행성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나샤가 미키에게 반하는 에피소드는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온갖 얘기가 엉켜있어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플롯을 따라가기 점점 힘겨워진다. 

아마도 '봉준호'라는 이름에 딸려온 막대한 자본들 덕분에, 본인의 머릿속 이야기를 떠오르는대로 다 구현할 수 있어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산만하다. 재미도, 감동도 없다. 막대한 스케일의 컴퓨터그래픽과 개연성 없는 미래 이야기들이 마구 교차하며 흘러간다. <질문들>에서 봉준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웃음코드'를 좋아하며, 영화에도 많이 들어있다고 했다. 들어는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산만해서 그 유머를 제대로 읽기 어려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면 봉준호의 욕심이 좀 이해가 될까?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