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보통, 의사소통의 가장 편리한 수단이라 불려진다.

나 역시, 맨 정신으로 하기 힘든 소리를, 술마신 후에는 더 잘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가끔은,

술마신 모습이 그 사람의 진실을 드러낸다기 보단,

허황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 역시 많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있지도 않은 생각을, 술기운 빌려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아니면, 괜히 술마시는 중엔 가깝게 느끼다가, 술 깬 후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

아마도 가장 좋은 술은,

좋은 사람들과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할 때의 매개체로서가 아닐까?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보조역할로서 만족하는게 술의 본연의 위치일테다.

슬픔을 나누던 술,

아마도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친구의 슬픔을 보는 순간,

술과 슬픔은 혼합되어 내 몸에 흡수된다.

그리고, 술기운에 슬픔은 배가 되고, 동시에 안타까움 역시 배가 된다.

아무리 희망을 외쳐도, 아무리 희망을 부르짖어도...


촬영정보 하동, 경복궁 민속촌에서...

Photo by T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