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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삶의 미분체

처음이자 마지막 Luxury

2023.03.13 15:32

TOTO 조회 수:77

나와 상관없는 회사의 분할 덕분에 경제적 여유가 약간 생겼다. 자연히 차에 관심이 갔다.

결혼하며 구입했던 토스카는 보기 민망할 정도로 뒷 휀더에 녹이 많이 올라왔다. 게다가 냉각호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 어디서든 부끄럽기 싫었다. 안락하게, 안전하게 드라이브 하고 싶었다. 경제적으로 억압만 해 온 내 삶을 한 번은 풀어놓고 싶었다. 그런 내가 부리는 마지막 사치, 그래서 '내구성'이 가장 중요했다.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이 K9 중고였다. 인기가 없어 감가가 컸고, 충분히 고급스러웠다. 그래서 마일리지 1만 km 내외의 매물을 알아봤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본 매물 모두 엔진오일이 바닥인 상태. 현대의 GDI엔진이 갖는 결함(노킹+오일누유)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K9도, K8도, 제네시스도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현대, 기아를 제외하니 수입브랜드만 남았다. 중고 수입차에 대한 악명은 익히 알고 있어서 새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차의 기본 '안전'을 우선하기에 평소 좋아했던 볼보의 S90, 운전이 재미있는 BMW의 530i,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의 E300, 예쁘고 세련된 아우디의 A6. 이들 모두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라 터보기술을 유감없이 사용했다. 고급유를 써야 하고, 높은 열과 진동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는 차들. 당연히 내구성은 좋지 않았다. BMW와 아우디의 어마어마한 할인이 내 마음을 계속 흔들었지만, 정비소를 들락달락 하며 쌓일 짜증을 상상하며 견뎠다.

수없이 검색하고, Review를 시청하고, 주변을 탐문했다. 그리고 내가 차를 어떻게 쓰고 관리하는지를 돌아봤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는 의외로 렉서스 es300h였다. 잔고장 없고, 고급유 필요 없고, 넓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한 차. 게으른 나에겐 안성맞춤. 극강의 연비는 덤. 특별한 애국자도, 일제 신봉자도 아니지만, 나에게 맞는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차를 타도 되는 건지 아직도 의아하다. 이제 회사 생활의 끝자락,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은 더욱 늘어날 터이다. '인생에서 우리 나이가 가장 부유한 시기, 사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동료 말이 위안이 됐다. 작년 8월말 계약하고 6개월을 기다려 드디어 출고. 오래오래, 안전하게 우리와 함께 하길.

그리고 여기저기 터지고 곪은 토스카, 15년간 탈 없이 달려줘서 고마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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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TmMs-EJG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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