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통합과 모순의 미학[김지하의 화두]

2005.07.28 22:20

TOTO 조회 수:747

0100004522246_00.jpg
★★★

부제 : 붉은악마와 촛불
김지하 지음, 화남출판사

‘<오적>필화사건’, ‘저항시인’. 이 두 가지 이외에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스치듯 그의 시 몇 편을 보았을 뿐, 그가 어떤 사상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왜 ‘저항시인’이었는지 통 아는 바가 없다. 나처럼 그에 대해 이렇게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에게 <화두>는 그의 사상을, 그의 인생을 풀어내는 화두다.

그의 강연 내내(이 책은 그의 외부 강연 모음집이다.) 이야기 하는 것을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통합’이다. 그것도 앤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이나 헤겔의 변증법처럼 모순되는 양 극을 적절히 절충하여 원료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통합이 아닌 모순되는 두 가지가 생생히 살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형태로서의 통합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세대에서 통합의 가능성을 붉은악마의 태극기 패션, 치우천황의 로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3박과 2박의 조화가 이루어진 구호에서 찾아낸다. 그것이 통합의 가능성임을 동학, 주역, 서구 유수의 사상 등에서 증명해낸다.

이미 3년이 지난 이야기. 하지만 젊은이들의 열기 속에서 그들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를 그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은 사회의 ‘어른’으로서 그의 따뜻한 시선은 지금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너희가 무심코 하는 것들은 이런 큰 의미가 있단다’, ‘이를 알고 노력하여 그 무궁한 가능성을 키워 나가거라’.

붉은악마의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에서 통합, 모순이라는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어찌 보면 억지스러운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을 차치하고 거대 담론이 사라져 방황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 모순과 통합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던져준 데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이미 단일한 요소로서만 발전을 꾀했던 현대사회가 이미 한계에 부닥쳤음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하지만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책을 위한 책이 아닌 필자의 여러 외부강연 내용을 묶어 낸 모음집이다 보니 반복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붉은악마, 동학, 주역 이야기는 모든 강의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서양의 사상 일변도였던 우리 지성사에 던진 그의 화두 자체가 참신하다. 모순의 통합이라는 패러독스가 궁금하다면, 김지하라는 우리 현대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궁금하다면 <화두>는 썩 괜찮은 화두를 던져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