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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삶의 편린들

무기력

2022.09.30 11:03

TOTO 조회 수:16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 

사춘기로 신체의 큰 변화를 겪는데다가, 지난 2년은 코로나로 정상적인 생활도 못했다. 

공부는 원래 재미 없는 거고, 날 닮아서 자는 걸 좋아할 수도 있겠다. 

아이를 닥달하지 않았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방치했다. 

하지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믿음도 컸다.

 

안사람 이야길 들어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의 우려를 전해들었고, 학원을 알아보기 위한 레벨테스트에서는 수준 이하를 기록했다. 

하다 못해 학교에서 보는, 단순한 영단어 시험조차도 제대로 못봤다. 

 

종종 방문을 열어보면, 자거나, 누워서 핸드폰 보는 모습이 80~90%였다. 

그래도 재촉하지 않으면 언젠가 스스로 하겠거니 믿었는데, 

어쩌면 습관적인 무기력이 아이에게 깊히 스며들어 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과외를 하고 싶다고 한다. 친하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수업 받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처음엔 화가 났는데, 오늘까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일 수 있는데, 우리의 이상적인 모습만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렵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 단둘이 시간을 좀 보내보자. 따라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착하고, 여리고, 소중한 큰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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