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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페르소나 [브레이브걸스]

2021.05.14 13:41

TOTO 조회 수: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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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빛을 본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긴 어렵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두렵고, 진로를 돌릴 기회가 줄어드니 불안하다. 최선을 다하는 건 선택이지만,빛을 보는 건 운명이다. 내 삶을 송두리째 건 내기를 담담히 버텨낼 사람은 없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데뷰 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각자 다른 길을 알아보고, 숙소에서 짐을 빼기로 했다. 짐 빼기 전 날, 유튜브 동영상 하나가 이들의 빛이 됐다. 그 동영상엔 화려한 방송무대가 아니어도 진심으로 즐기던 그들의 순수함이 녹아 있었다.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던 군인들이 열정이 담겨 있었다. 멀고 초라한 무대임에도 항상 즐겁게 서는 이들에게 감동하는 댓글도 함께 있었다. 

이제는 음악 프로그램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어떤 매체를 봐도 자주 볼 수 있는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열기는 쉬이 식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이들의 팬 중에는 유독 힘들고 지친 청춘들이 많다. 집 값은 치솟고, 계층 사다리는 사라져가는 요즘, 이들의 무대에 환호했던 팬들은 취업 준비 중이거나 이제 막 취업했다. 최선을 다해도 버티기 힘든 삶, 브레이브걸스는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그들의 페르소나다. 나는 지금 힘들지만 너만이라도 잘 되라는 바람, 나도 버티다 보면 너희처럼 빛을 볼 수도 있을 거라는 믿음이 그 페르소나에 가득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응원하고, 더욱더 환호한다. 그 불꽃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운이 좋아 큰 노력 하지 않고도 여유있게 살아가는 나는 이들이 왜 좋을까? 그냥 모든 것이 좋았다. 용감한형제 특유의 경쾌함을 잘 살린 노래도 좋았고, 초라한 무대지만 행복하게 춤추며 노래하던 모습이 좋았고, 그들의 무대에 환호성을 보내는 군인들의 열정도 좋았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한 없이 미안하면서도 뿌듯했다.

요즘 가족들과 외출하면 자동적으로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세 곡, <롤린>, <운전만해>, <하이힐>을 반복해서 듣는다. 뒷자석의 아이들은 지겹다고 난리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질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듣는 건 노래 뿐이지만, 나에게는 노래 너머의 열정과 끈기, 순수함까지 들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