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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거장의 한계 [황금종이]

2024.03.09 13:17

TOTO 조회 수:5

알라딘: [전자책] 황금종이 1

★★

조정래 지음

 

조정래의 신작이라 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집어들었다. 이야기조차 희미해 질 만큼 오래 됐음에도 그 감동과 웅장함은 여전히 생생한 <태백산맥>의 작가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독자를 몰입할 수 있게 하는가'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생생해 독자가 그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야 한다. 메시지를 그 속에 은은하게 품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금종이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이야기 자체가 '돈'의 양면성을 주의하라는 작가의 메시지로 점철되어 있고, 이로도 부족해 등장인물의 대사, 설명으로도 계속 강조한다. 마치 화학조미료 범벅인 찌개처럼, 온갖 걱정에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 노모의 말처럼, 소설은 작가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로 범벅이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작가는 1943년 생, 팔순이 넘었다. 그가 2024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현실감 있게 담는 건 한계가 있다. 이제는 그 쓰임을 찾아보기 힘든 '하오체'가 소설의 주요 문체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20대 여성의 대화는 아무리 곱씹어도 어색하다. 현실에서는 모바일 뱅킹도 쉽게 하는 60대이지만, 소설 속의 60대는 여전히 은행 잔고를 확인하러 은행에 간다. 그의 글은 역사소설을 담기엔 제격이었지만, 현대를 담아내기엔 버겁다. 그래서 대화 부분을 읽을 때마다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반백년 글을 쓴 작가가 변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체험해보지 않은 시대와 인물을 다루는 것은 더욱 어렵다. 우리는 거장에게 변신을 원하지 않는다. 그의 시대를, 그의 소재를 마음껏 그린 거장의 소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