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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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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배근 지음,

 

투박하고 성기다. 중언부언이 많고,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갑자기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이 설명도 없이 튀어나온다. 뉴스공장에서 접한 지은이의 모습 그대로다. 전달하고 싶은 내용,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항상 본래 전하고자 했던 내용을 다 전달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책 근간에 깔린 그의 관점은 내 뒷통수를 세게 쳤다. 시장경제는 민주주의를 토대로 발전해 왔고, 따라서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민주주의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새로웠고, 놀라웠다. 

흔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병립적으로 생각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경제와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유달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별개로, 각각 대안이 있는 존재로 분리해 생각해 왔다. 사회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그렇다. 

절대왕정의 재정확보를 위해 태환화폐(금으로의 변환을 약속하는 증서)는 불환화폐(국가의 신용에 의해 그 자체가 가치를 보유)로 대체되었다. 이는 다양한 시장경제 제도(주식, 채권 등)의 발달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산업혁명과 시민들의 경제력 성장으로, 급기야 시민이 권력을 소유하게 되는 민주주의로 이어졌다. 

국가, 즉 국민들의 신용으로 불환화폐는 융통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운용하는 중앙은행은 국민들을 위해, 공공을 위해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운용해야 한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민주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통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금의 경제정책은 오직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공공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 혹독한 사금융의 고리에 허덕이고, 자본은 생산성 없는 부동산에만 몰린 결과 우리나라는 인구절벽과 자산붕괴 현실 앞에 서 있다. 출산율은 급락하고, 부동산은 붕괴 조짐이 보인다. 그 어떤 정책도 더이상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일본보다 더 어두운 터널 앞에 놓인 우리나라, 그 원인은 시민들이 정치를 외면한 결과다. 허술한 민주주의 위에서 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치와 경제를 비로소 내 머릿속에서 이어준 책이다. 좀 더 치밀하게 구성하고, 친절하게 풀어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내게는 충분하다. 더불어 다양한 자료와 수치는 그의 주장을 든든히 뒷받침 하는 동시에, 내게도 큰 공부가 되었다. 

기본적인 경제지식, 정치적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불친절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