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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록[옥탑방고양이]

2003.07.25 00:50

TOTO 조회 수: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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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월, 화 밤 9:55
연출 : 김사현
극본 : 민효정, 구선경
원작 : 김유리
출연 : 정다빈, 김래원, 최정윤, 이현우, 장용, 김자옥, 봉태규, 김무생, 강부자

MBC에서 또 하나의 대박을 하나 터트렸다. 시청률 15%에서 시작하여 35%로 종결, 전국 옥탑방의 가격 상승, 조연급 배우였던 정다빈과 김래원의 주가 상승 등등...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드라마를 웃으며 본 것은 꽤 오랫만인 듯 하다. 이정도의 웃음은 아주 오래전 MBC의 주말극인 '사랑이 뭐길래' 에서 느낀 이후 처음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살피건데, 이 둘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최근의 변화된 세태를 반영하며, 지금까지 영화 '청춘'이나 드라마 '눈사람' 등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탈피한 김래원의 연기에 중심을 둔 '옥탑방고양이', 그리고 가부장적 문화가 사라져 가고 핵가족이 확산되어가는 세태를 반영하고,기존의 권위적 남성의  이미지가 강한 이순재, 그리고 남성적 이미지로만 굳어 있었던 최민수의 변신을 통해 많은 웃음을 선사했던 '사랑이 뭐길래'. 이 두 작품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던 점, 그리고 그동안 이미지가 굳어 있었던 배우들의 변신을 통해 많은 웃음을 선사하여 폭발적인 시청률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아 있다.

'옥탑방고양이'의 주된 소재는 얼마전부터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가 되어온 '동거'다. 자칫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소재를 가볍게 다룬점, 그리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야 했던 소재에 대해 조금은 개방적인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뛰어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물론 세속적 시각을 뛰어넘은 만큼, 사실성의 부재는 감안해야 할 듯 싶다. 단지 친구로서의 남녀동거가 이루어질 수 있을만큼,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사고는 개방적이고 또한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초반이후 너무나도 매끄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고 갔던 점과는 달리, 미니시리즈의 고질적인 병이 종반에 재발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시청자들의 만족을 위해서(?), 여자를 만나는 일이나 그 밖의 수많은 자질구래한 일에 이끌렸던 경민은 단번에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해야 했고, 일개 아르바이트생으로 입사했던 정은은 유학을 다녀옴과 동시에 팀장이라는 파격적인 승진을 겪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권선징악을 선호하는 우리 시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인가? 꼭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담담히,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결말을 맺는, 조금은 여운을 줄 수 있는 엔딩 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내가  '네멋대로 해라'에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은 담담한 극 전개, 그리고 담담한 결말, 이 때문에 극 내내 흐르던 여운의 맛 때문이었다.

아무리 이러한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해도, 꽤 괜찮은 드라마임은 확실하다. 드라마라는 매체가 사실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요소이지만, 그 시간만큼 시청자에게 현실을 잊고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하는 것도 드라마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옥탑방고양이'는 근래 보기드물게 성공한 드라마였으며, 김래원이 '꽤 괜찮은'배우임을 증명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가지, 이번 드라마의 큰 성공으로 자칫하면 '코믹', '가벼움', '천진난만함'이란 이미지가 연기자 김래원의 이미지로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꽤 점잖고 분위기 있는 이미지였던 김찬우의 경우, '사랑이 뭐길래'에서 맡았던 코믹역할이 그의 연기인생에서 꽤 오랫동안 영향을 미쳐, 지금껏 주로 코믹한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로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 역시 좋은 점이랄 수 있겠지만 아직 젊고 그다지 많은 배역을 소화해보지 못한 김래원이기에 드는 생각이다.

계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점 역시 뛰어난 점이다. 극의 미묘한 분위기에서 항상 등장하는 고양이 소리. 제목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사나 음악이나, 장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전달하는 매체였고, 그 기발함에 난 계속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내인생은 콩깍지'에서의 뮤지컬, 극중 등장인물이시청자들에게 말하는 듯 한 나레이션을 통해 예고편을 방영하는 주말극 '죽도록 사랑해', 예고편과 엔딩에서 CG를 사용하여 참신했던 '현정아 사랑해' 등등...
계속되는 조그마한 변화와 시도들. '드라마 왕국'이란 호칭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시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