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wham1.jpg 01001600005.gif
지금 나의 CD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앨범. 모든 앨범이 나에겐 보물이지만, 그 보물들 중에서도 특히 애정이 가는 보물이 있는 것은 당연할 진데, 그 중 한 녀석이 Wham의 베스트 앨범인 'If you were there'이다.

아무리 내가 나를 살펴보아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나 특정 뮤지션을 규정짓기는 어렵다. 단지, 들어보고 좋은 음악들을 좋아하는 것 뿐, 그리고 그 좋아하는 음악들은 특정 장르나 특정 뮤지션에 편중되어 있지 않고, 너무나 흩어져 있다. 가끔은 무슨 특정음이 나의 음악선호를 판가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어이없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을 정도다. 그 덕분에 음반 구입비는 더욱 많이 들긴 하지만, 그러한 나의 다양함 덕분에 내가 모르는 새로운 장르나 새로운 뮤지션을 알아가는 즐거움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나의 무규정적인 음악선호. 하지만, 적어도 내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장르라 하면 밝고 리듬있는 팝, 뮤지션이라 하면 Savage garden, Abba, Bon jovi, T-square, Air supply, Take that, 박진영, 패닉, 부활, 조규만정도? 모 인간적으로 많긴 하지만, 딱 한두 뮤지션의 음악만 선택하라는 건 좀 무리다. 각각의 노래만을 따라다니는 나로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내 스타일'이라고 규정짓기에 가장 가까운 뮤지션이라 하면 주저없이 Wham을 꼽는다. 이들의 데뷰는 80년대 초다. 그 당시의 유럽음악의 흐름은 어렸을 적 롤러스케이트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유로댄스였다. A-ha, Londonboys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가볍고 경쾌한 댄스음악은 쉽게 귀에 들어오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한편 오랫동안 즐기기에는 무리인 음악이었지만 60-70년대의 너무나 무거웠던 음악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가벼움은 한동안 전 세계 음악계에 군림하고 있었다.

Wham 역시 이러한 무수한 가벼움의 향연 속의 한 획을 그은 그룹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Wham을 다른 뮤지션들과 구분 짓는 이유는 조지마이클 덕분일게다. 어렸을 적부터 작곡과 악기 다루는 능력 뿐 아니라 보컬리스트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의 뛰어난 재능은 Wham을 단지 가벼운 그룹으로 치부하기 곤란하게 했다. 적어도 그는 대중적인 팝 뿐 아니라 Soul 음악에의 관심으로 그룹활동 속에서도 끊임없이 그룹의 성격과는 다른 자신이 추구하는 분위기의 솔로앨범을 계속 발매했다. 그리고 그는 데뷰 20년이 된 지금 역시 뛰어난 뮤지션 혹은 보컬리스트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조지마이클보다는 Wham의 음악이다. 물론 같은 멤버였던 앤드류리즐리가 Wham의 음악에 어느정도 공헌을 했느냐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난 Soul의 성격이 너무나 짙은 조지마이클의 음악보다는 너무나 영국적인 스타일의 Wham의 음악을 분명히 더욱 선호한다.

그들의 음악은 분명 그 시대에 유행했던 유로댄스라는 장르(이러한 장르구분이 우숩긴 하지만 편의상...^^)와 닮아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Wham 음악의 차이는 지속성이다. 다른 유로댄스의 음악보다 더욱 세련된 세션, 그리고 멜로디의 깔끔함은 보다 지겹지 않은 멜로디와 더불어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전형적인 영국 팝음악의 원형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Take that이나 West life의 음악을 듣노라면 Wham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맴돌고 있기에 그들의 음악적 뛰어남은 인정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음악이 쉽게 귀에 들어오고 꽤 괜찮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Wham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만 4년의 활동, 그리고 3장의 정규앨범. 그들의 짧은 활동 때문에 그들 음악에 대한 나의 애정은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듯 하다. 세션, 작곡, 게다가 항간에는 Queen의 프레드머큐리와 비견될 정도의 보컬리스트인데다 외모까지 출중한 조지마이클, 그리고 단지 조지마이클의 코러스 역할에 그쳤던 앤드류리즐리. 이들의 심한 음악적 능력의 불균형은 Wham을 오래 존속시키지 못한 최대의 이유일 것이다. 이들의 해체가 우리나라 그룹 전람회, 패닉,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브라운아이즈의 해체와 오버랩 되는 것은 아마도 같은 이유가 아닐는지. 음악적 능력이 너무나 편중된 그룹은 결국, 오래 가기 힘든 법칙 또한 세운 Wham. 벌써부터 올 겨울이 기다려 지는건, 여기저기에서 울려퍼질 'Last christmas'가 듣고 싶어서다.

밝고, 깔끔하고, 그러면서도 결고 가볍지만은 않은 음악, 화창한 날 햇볕아래를 걸어가면서 듣고 싶은 음악,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 느끼는 설레임을 배가시켜줄 음악. 단연코 Wham의 음악이다. 그들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If you were there'를 구입해 보시길...결코 후회는 없을것이다. 참고로 지금 홈피의 배경음악인 'Freedom'은 내가 좋아하는 Wham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며, 중국공연이후 발표되어 그 의미가 좀더 확대해석 되기도 했던 명곡.

If you were there...아마도 음반의 제목은 주인공인 이 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