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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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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피터 시걸
출연 : 아담 샌들러, 잭 니콜슨

유쾌한 영화의 미학은 그 어떠한 상황 속에서라도 복잡한 머리를 단숨에 정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게다가 그 유쾌함이 지저분함과 억지웃음이 아닌,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치밀한 구성 속에서 깔끔하게 나오는 것이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극중 아담 샌들러는 너무나 선량하기만 한, 그 선량함 때문에 애인에게 프로포즈마저 제대로 못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우연한 상황 속에서 그는 범인으로 오인받고, 그 덕분에 엉뚱하게도 '성질죽이기(원문 그대로 화를 다루는 심리치료)'를 명령 받게 되고, 그 치료사인 잭 니콜슨은 무척이나 획기적인 치료를 통해 조금씩 용기있는 그로 만들어나간다.

내가 아는 잭 니콜슨의 모습은 딱 두가지 뿐이다. '어퓨굿맨'에서의 냉혹하면서도 잔인한 모습,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에서의 소심한 결벽증 소유자의 모습. 전자는 그의 외모와 너무나 어울리는, 그가 가진 외모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의 외모와 더불어 그의 목소리, 그의 무게있는 연기가 어우러져 그 누구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반면 후자에서의 그는 선을 밟는것에 무척 민감해하는 중년남성으로 분했다. 너무나도 무게있는 외모를 한 그가, 도로의 선을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하며 걷는 모습은 그의 외모 덕분에 보다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영화 종반에 그의 실체가 드러나긴 하지만 영화 내내 지속되는 그의 사이코틱한 치료사의 역할에 나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보다...'에서는 그저 결벽증 환자로서의 모습 자체가 소박하면서도 코믹하게 다가왔었지만, 이번에는 너무나도 순박한 아담 샌들러를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이런저런 가혹한 장난을 치는 심술꾸러기의 모습에 난 또다시 무너져버렸다. 자막을 그저 따라가기보다는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대사를 직접 들어본다면, 그 유쾌함은 더욱 배가 된다. 보통 헐리우드의 중년배우 하면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조지 클루니, 숀 코너리 등의 중후한 모습만을 생각하지만(물론 그들의 연기 변신은 무수하지만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때, 우리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중후함이다.) 잭 니콜슨은 그들이 범할 수 없는 범위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역은 아마도 그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선량한 외모만큼이나 순박한 연기를 해준 아담 샌들러, 그리고 30대 후반임을 믿기 힘든 매력적인 마리사 토메이 역시 그들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다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황당함 덕분에 그 둘의 러브스토리는 아무런 감동을 전해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