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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과 임은경, 단지...[품행제로]

2003.09.01 18:06

TOTO 조회 수: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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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조근식
출연 : 류승범, 임은경, 공효진, 봉태규, 금보라, 류승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고, 골몰하게 하고, 가슴 한켠이 찌릿한 것들이다. 결국,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내 머리와 가슴 속에서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영화들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너무나 즉흥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내 성격과는 상반되는 스타일의 영화이기에 더욱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이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져 있고, 감정 또한 여린 맥박만을 갖고 있는 때엔 위에서 말한 류의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없다. 예열되지 않은 자동차가 제 속도를 낼 수 없듯이. 그래서, 가장 생각없이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여린 감정의 맥박을 살려내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영화. 결론은 '품행제로'였고, 예상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과는 약 10년 정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내 학창시절을 떠올리지 못할만큼 터무니없는 차이는 아니다. 패싸움, 롤러장...이들 역시 내 학장시절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에의 향수, 그리고 류승범과 이름모를 조연들의 코믹한 연기, 그리고 미처 몰랐던 임은경의 이쁜 얼굴. 이것이 이 영화에서 보았던 전부라고 하면 실례가 되는 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것 조차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영화가 부지기수기에 난 만족했다. 류승범은 '죽거나 나쁘거나'이후 내 머릿속에 각인된 또 하나의 '연기파'배우다. 물론 개성있는 마스크 때문에 다양한 배역을 맡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약간은 '거칠고, 무식하고, 행동이 먼저 앞서는' 배역에는 그를 따라올만한 배우는 당분간 없을 듯 하다. 그리고 CF나 TV에서 본 임은경과는 너무도 다른 또 하나의 임은경. 영화 시작후 몇분간 임은경이 언제 나오나 하고 기다렸다는 사실은 아마도 두고두고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점은 역시 가장 큰 단점이다. 결코 과거에의 향수, 류승범, 임은경만을 보이기 위해 영화를 제작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액션, 혹은 코믹, 아니면 차라리 유치한 멜로 한 방향으로 강하게 흘러가고, 나머지를 잔가치로 다루었다면 보다 깔끔했을 터이지만,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욕심에 영화는 여러 장벽을 넘나들며 부유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저, 생각없이 멍~하니 보다 웃고, 손에 땀을 쥐고 있기엔 괜찮겠지만, 감독이 관객들이 그러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다만, 마지막 싸움 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마지막 장면과 흡사하긴 하지만, 류승범이었기에 가능했던 비애가득한 장면은 일품이었다. 물론, 그러한 류승범의 심리적 상황을 보다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긴 힘들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