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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의 무리한 변신[애정의 조건]

2004.08.30 23:08

TOTO 조회 수: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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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토~일 저녁 7:50
연출 : 김종창
극본 : 문영남
출연 : 채시라, 이종원, 한가인, 지성, 송일국, 박용우, 조여정, 한진희, 오미연, 윤미라, 장용, 이보희
         정한용, 손현주, 김소희, 이원재

- 시놉시스
강한걸(한진희 분)의 첫째 딸 강금파(채시라 분)는 변호사 진정한(이종원 분)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리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정한은 직장 후배와 바람을 피게 되고, 결국 강금파는 이혼을 하게 된다. 정한은 아이를 계기로 재결합을 결심하게 되지만, 정한의 외도로 금파가 외로워 할 때 초등학교 동창과 잠시 만난 것을 시어머니가 알게 되어 재결합 후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다.
한편 셋째 딸 강은파(한가인 분)은 한걸의 외도로 생긴 자식이다. 이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은파는 가정에 정이 깊지 못하다. 은파는 남자답고 멋진 전성기(박용우 분)에게 마음을 빼앗겨 집에다가 자취를 한다고 속이고 동거를 하게 된다. 결혼을 꿈꾸는 은파와 달리 결혼 생각이 없던 성기는 도박과 술에 빠져 도망가고, 은파는 성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유산한다. 은파는 이런 자신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윤택(지성 분)에게 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결국 나장수(송일국 분)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장수는 윤택을 좋아하는 나애리(조여정 분)의 오빠. 애리는 윤택과 은파의 과거 관계를 알게 되고 이를 캐내기 위해 노력한다.

- 아침드라마의 종합판
기존의 주말드라마는 대가족으로 이루어진 가정의 크고 작은 일상, 혹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애정의 조건’은 이러한 틀을 탈피하여 혼전 동거, 이혼, 외도 등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되었던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와 전개방식은 주말극이 비단 성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적지 않게 시청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혼전 동거의 경험을 숨기고 결혼한 주인공이 이를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 하는데서 오는 긴장, 짝사랑했던 여자의 시누이와 연인인 남자 주인공 등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의 긴장 구조로는 적당하지 않다. 드라마의 시청률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긴장을 끌어놓다 보니 결국 보다 자극적인 것만을 선택한 결과다. 주말극의 다양한 소재 발견은 계속 되어야 할 테지만 단순히 시청률만을 의식한 소재 선택은 자제되어야 한다. 주말극은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초보 선장에게 키를 맡기다
극의 중심에는 한가인이 서 있다. 그녀의 연기 경험은 CF와 영화 한편이 전부. 당연히 호흡이 짧고 극 몰입이 어려운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한계가 있다. 분명 극본 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겪은 은파겠지만 한가인의 은파 속에서는 그 절망의 흔적과 애환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채시라나 지성 등의 연기자가 뒷받침 했기에 다행이지, 한가인의 평면적인 연기만 존재했다면 드라마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TV 드라마에 처음 등장하는 한가인, 그 희소성만큼 드라마 인기는 있었을지언정 그녀의 연기력은 형편없었다.

- 빛을 발하는 조연들
중심 내용은 한없이 우울하고 질척한 이야기들 뿐이지만 그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주말드라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사업을 실패하자 아내인 이현실(윤미라 분)과 역할을 바꿔 집안 살림을 하고 그 덕분에 아내에게 말 한번 제대로 못하는 나만득(장용 분)과 오빠와 함께 묶여버린 동생 나진득(이보희 분),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한용이 맡은 노마진과 노광택(손현주 분)의 이야기, 윤택의 절친한 친구인 모범수(이원재 분) 등은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애정의 조건’이 주말극임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