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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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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산티아고는 양치기다. 세상 곳곳을 여행하고 싶어 신학자 보다는 양치기가 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양치기로서 익숙해질수록 그는 자신의 꿈을 잃어간다. 자신이 키우는 양에, 그리고 흠모하는 소녀에게 점차 얽매이고, 현실에 안분지족 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보물을 예지해 주는 꿈을 꾼다. 그리고 우리가 꿈을 잊고 현실에 안주할 때, 그 꿈을 일깨워주는 신의 도움으로 산티아고는 신이 이야기한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자아의 실현을 시험하는 수많은 난관들, 그 난관들을 극복하고 산티아고는 마침내 보물을 찾아낸다. 그 보물은 세상의 모든 것은 각각의 ‘자아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자아의 신화를 알면서도 세상이 주는 시련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자아의 실현이고, 그리고 자신의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는데 길을 알려주는 지표라는 사실을 깨달은 산티아고. 결국 그는 단순히 납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가 아닌, 마음의 속삭임을 알아듣고 꿈을 찾아갈 줄 아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

소설의 서술은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연상시킨다. 개연성 있는 사건의 흐름도, 명료한 서사구조도 아니다. 그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내가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의식의 흐름을 현학적이며 난해한 철학용어가 아닌 동화처럼 맑고 투명한 언어와 대화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인 것은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야 한다. 형이상학적인 것을 형이하학적인 명료한 언어로 표현하다 보니 의문에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연금술사>는 어쩌면 가장 형이상학적인 우리 삶의 궁극을 가장 형이상학적인 동화로 풀어냈기에 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느낀 점은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여정을 겪는다. 그것은 외적으로 겪는 삶의 여정도 있겠지만, 그 삶의 여정 속에서 외치는 내 마음의 여정도 있다. 삶 속에서 계속해서 외치는 내 마음의 목소리. 우리는 그것을 관심이 없거나, 현실 때문에 애써 외면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그 외침을 막아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진실로 원하는 삶 보다는 다른 이들의 기대나, 나의 겉모습을 위해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마음이 외치는 것은 점차 묻혀 버린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삶의 여정동안 계속되어 온 마음의 목소리를 잘 간직한 듯 하다. 산티아고의 마음을 읽어가면서 내가 그동안 스스로 입막음 해오거나 외면해오던 내 마음의 수많은 목소리들을 상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지나치는 수많은 마음의 목소리들을 되살려 놓기 때문에. 작가는 평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세세히 듣고 잘 간직해 뒀기에 우리로 하여금 그런 신비로움을 느끼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어쩌면 내 마음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