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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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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김종현
출연 : 이범수, 윤진서, 류승수, 이혁재, 장항선, 공유, 김수미

패전처리전문투수, 특정팀 상대로 유난히도 약한 면모만 보였던 팀. 삼미슈퍼스타즈는 스포츠 영화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는지도 모른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란 소설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삼미슈퍼스타즈'. 너무도 재미있게 소설을 읽었던 터라,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는 사뭇 컸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삼미라는 팀, 혹은 프로야구라는 소재 보다는 인간 '감사용'에게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영화의 이야기는 오직 감사용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며, 이 때문에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휴먼드라마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감사용'이라는 인물은 대중에게 전혀 인지도가 없는 인물, 이런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든다? 게다가 스포츠를 소재로 하면서도 스포츠를 중심에 내세우지 않고 휴먼드라마를 표방한다? 이러한 시도는 결국 영화의 연결을 약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워낙 감사용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아나가다 보니 팀 동료에 대한 묘사는 극도로 생략되어 있어, 어찌보면 영화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주변인물들은 그저 피상적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었다. 인호봉(류승수 분)과 금광옥(이혁재 분)은 어떤 인물인지, 주인공과는 어떠한 관계인지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들이 왜 감사용을 두둔하는지, 왜 호의적 관계를 유지하는지 전혀 개연성이 없어 관객은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인애(윤진서 분)와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관계 역시 어설픈 서술에 그치고 있어 이들이 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지, 이들의 사랑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감사용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사슬이 어설프기에 이들의 관계에서 오는 감동은  피상적일 수밖에.......

또 하나, 왜 감사용이 OB전에서 분투할 수 있었는가? 당대 최고의 투수인 박철순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 감사용. 감사용이 왜 그렇게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서술 역시 없다. 고물상에서 공던지는 몇 장면을 넣은 것 이외에는...... 관객들은 그저 '그런가보다'하고 앉아 있어야 했다.

정말 좋은 소재를 발견해 놓고도, 이를 완벽히 꾸리지 못해 아쉬운 영화였다. 아예 상업적이든 말든,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감사용과 팀 동료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영화는 그 어느 것도 아닌 어정쩡한 길로 흐른다.

등장인물 모두 죽어있고, 억지스런 감동만을 추구했던 영화. 그리고 이범수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걸로 만족해야만 하는 영화. 전형적인 스포츠영화처럼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주인공 팀의 환상적 승리로 장식하지 않았던 점은 좋았지만, 어찌 됐든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