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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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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수, 목 밤 9:55
연출 : 김영섭
극본 : 이윤진
출연 : 김민종, 한지혜, 이동욱, 박은혜, 권오중, 한진희, 전노민, 김영란, 김보연, 이희도

◯ 또 김민종, 그 나물에 그 밥인 캐스팅.

‘미스터 Q', '수호천사’, 그리고 ‘섬마을 선생님’. ‘드라마 스페셜’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한 SBS의 수목 드라마에서만 벌써 세 번째 캐스팅이다. 물론 상대역은 김희선, 송혜교, 한지혜로 바뀌었지만, 그 상대역들 역시 한지혜만 제외하고 드라마 스페셜에 두 번 이상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던 배우들이다. 그나마 한지혜도 전에 출연했었던 KBS드라마인 ‘낭랑 18세’가 드라마 스페셜과 비슷한 시간대의 드라마임을 감안한다면 시청자들에게는 ‘그 배우가 그 배우’인 것처럼 느껴질 법 하다. 아무리 참신한 시나리오와 소재를 갖고 시작하는 드라마라 해도 캐스팅에서 진부하다면 드라마 전체의 참신한 색깔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또’ 김민종을 봐야만 한다. 그것도 ‘터프함’, ‘막무가내’인 지금까지 이어져온 ‘김민종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는 김민종을 말이다.


◯ SBS 드라마 스페셜 공식의 답습

1, 2회를 방영했을 뿐인데도, 드라마의 전개를 훤히 알 수 있다. 호태(김민종 분)와 은수(한지혜 분)의 사이에서 재두(이동욱)가 합세하여 삼각관계를 이루고, 재두를 짝사랑하는 지영(박은혜 분)과 은수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 이미 ‘미스터Q', ‘토마토’ 등에서 사용되어 왔던 전형적인 트렌디드라마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 역시 ‘섬마을 선생님’이 안고 있는 약점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간접광고가 잦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요조숙녀’에서는 Sony를 연상케 하는 Suny라는 이름의 회사가 등장해 쓴 웃음을 주었고, ‘천국의 계단’에서는 드라마 크레딧에 등장하는 후원사 Safe zone을 보고나서야 극중 Save zone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를 알아채고 웃기지 않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섬마을 선생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극중 계속해서 등장하는 김민종의 자가용인 코란도 밴. 대부분 드라마에서 운전석의 등장인물만 클로즈업 하는 것과 달리 붉은 색의 멋진 밴을 멀리서부터 잡아가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을 간접광고라고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 또 하나의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SBS 드라마 스페셜은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이는 초호화캐스팅과 분명한 선악구도를 통해 명쾌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네명의 스타와 진부하면서도 눈을 떼기 힘든 선악대결의 이야기 구조. 그리고 ‘증인보호프로그램’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전남 신안 하태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섬마을 선생님’의 강점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진부한 이미지 그대로 캐스팅된 김민종과 한지혜이지만 그들의 위력은 여전하다. 김민종의 터프함 속의 여림과 코믹, 그리고 한지혜의 상큼함은 여전히 볼만하다. 그 둘의 어색한 조합, 거기에서 비롯되는 웃음은 이 무더위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권오중과 박은혜의 악역으로의 변신 또한 지나치기 아쉬운 요소다.

남은 과제는 이렇게 진부함 속에 가진 몇몇의 강점들과 펼쳐진 이야기들을 어떻게 잘 이끌고 발전시키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