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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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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수, 목 밤 9:55
연출 : 권석장
극본 : 김인영
출연 : 명세빈, 유준상, 이현우, 이태란, 변정수, 유준상, 이두일, 김소이, 사미자, 김영아
방송 : 2004. 04. 21 ~ 2004. 06. 17

○ 유머 속의 리얼리즘

피상적으로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분명 유쾌하고 가벼운 드라마다. 준호(유준상 분)와 신영(명세빈 분)은 약간은 맹하면서도 과장된 연기와 대사로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하며, 지훈(이현우 분)역시 특유의 캐릭터와 승리(변정수 분)와의 대결 구도를 통해 간간히 웃음을 선사한다. 또 매회 빠지지 않는 난동장면과 매일같이 웃고 떠드는 파티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볼거리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웃기고, 시끄럽게 진행되는 동안, 드라마는 끊임없이 묻는다. '여자에게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여자에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여자라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과 인생의 성공,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 '결혼에는 사랑이 우선인가, 조건이 우선인가'... 화려한 승리, 어려운 환경의 순애, 평범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신영, 각각의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는 인물을 통해 이 많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토해내고, 또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가면서 진행되는 것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메인 테마다. 결코, 가볍기만 한 주제는 결코 아닐 뿐더러,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고민하고 있는, 고민했던 주제들이다. 이전의 '천생연분'에서는 결혼생활의 현실을 유머와 함께 고민했다면 이번 작품은 결혼 자체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이 때문에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가볍고도 또한 무게감 있는 드라마다.


○ 명세빈의 화려한 부활

어찌 보면 명세빈의 변신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명세빈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5~6년전에 유행하던 캐릭터는 단연 '청순가련'이었다. 심은하를 필두로 지속된 '청순가련'의 인기는 심지어 김희선이나 김지호 등 그런 이미지와는 상반된 연기자들 마저 '청순가련'으로 둔갑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명세빈 역시 '종이학', '순수'를 통해 당시의 유행이던 '트렌디드라마'와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통해 인기탤런트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그러나 그 두편의 드라마는 명세빈이 오직 '이미지'뿐인 연기자로, 연기력 형편없이 얼굴만 청순한 탤런트임을 확인시키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후 얼굴뿐인 연기자 명세빈은 드라마에 종종 출연하였으나 여전히 '이미지'뿐이었고 결국 점점 브라운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에게 각인된 명세빈은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우연히 접한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의 신영은 예전의 명세빈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느릿느릿 하는 대사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고, 전반적으로 코믹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필요한 약간 과장하는 표정 역시 일품이었다. 명세빈도 어느새 다른 연륜있는 연기자들처럼 연기가 아닌 연기를 하고 있었고, 난 덕분에 '신영'과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었다.


○ 언어예술의 교본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의 대사는 인생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극중에서 툭툭 던지는 대사는 현실성과 예술성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었고, 준호와 지훈, 그리고 신영이 속삭이는 사랑의 언어는 언어예술의 묘미를 맛보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있는 대사들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신영이 읍조리는 내레이션은 '이신영 어록'이 화제를 불러 일으킬 만큼 인생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다짐들을 은유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 2%의 부족함, 그리고 여운.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돈에 찌들어 산다는 순애의 의상은 항상 화려하기만 했고, 성공은 너무나 쉬워보였다. 하지만 이혼률 급증이 문제되는 지금 시점에서 '결혼'을 다뤘다는 점을 비롯해 위에서 언급했던 점들, 그리고 초호화캐스팅은 아니지만 맛깔스러운 연기로 탄탄한 드라마를 만든 연기자들 때문에 유쾌하면서도 유쾌하지 않은 괜찮은 드라마를 만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완벽한 조합, 또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