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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서부터 최근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까지 근래 몇년간 일련의 사건들은 '한미동맹'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그간의 우리는 수십년간의 제도권 교육과 '반공'의 기치를 내건 독재정부의 철저한 정책에 힘입어 '빨간색'이 등장하기만 하면 일단 긴장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격세지감이라 했던가? 과거와는 달리 수많은 친미의 대열 안에서 반미도 꽤나 힘을 얻는 형세다. 미국과 관련된 모든 사건마다 촛불시위 등을 통해 반미를 외치는데 열중했던 우리사회. 그만큼 한미동맹의 의미는 그 역사만큼이나 간단히 결론내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광복과 더불어 미군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다. 광복과 함께 미군은 우리가 일제치하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 은인이었고, 6.25전쟁때는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 수호자였으며 군사독재 하에서는 우리를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원조자였다. 시대마다 모양은 달리 했지만 매번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은인이었고, 이 때문에 그 어려운 시대를 지나온 우리 사회의 장년층들은 '반미'라 하면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짓, 혹은 나라 망하게 하는 짓으로 치부해왔다.

물론 위의 사실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냉전시대에 공산권의 확대를 막으려다 우연히 베푼 선행(?)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선을 돌려 이라크전쟁을 바라보면 미군을 그저 마음씨 좋은 우군으로만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체첸분쟁, 아프가니스탄분쟁, 걸프전쟁... 미군이 개입된 일련의 전쟁들을 보면 미군의 진정한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얼마전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한비야씨의 칼럼을 보면, 최근 수단에도 분쟁이 계속 발생하여 수만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군을 비롯한 전세계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수단이 부국도 아니고,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전략적 요충지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비야씨는 이야기한다. 결국 미군의 움직임은 경제의 논래, 전략의 논리에 근거한다는 얘기다.

이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미동맹은 공산권 확대 저지를 위한 미군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이 위에 '경제규모 12위의 한국'이라는 경제적 이유까지 덧붙여져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게다가 한미관계는 우리가 해방을 원하는 입장에서 시작되었기에 '상-하'로 맺어진 관계를 유지해오는 '동맹'관계, 즉 상하로 관계지어진 동맹이라는 모순된 관계이다. 미군의 지위가 독일이나 일본 등 여타 국가들과 맺은 협정과는 확연히 다른 SOFA, 미선이 효순이 사건, 롤리스 부차관보의 발언 등은 우리와 미국의 관계가 엄격한 '상-하'임을 보여주는 예다.

결국 우리에게 지금의 '상-하'관계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무조건 파기해야 하는 관계다. 한미동맹은 현실을 떠나 백지상태로 되돌려 '상-하'가 아닌 말 그대로 국가 대 국가의 대등한 관계로 설정되는 하는 '동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그들에게 받은 우연한 은혜 때문에 지금의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실체에 대해 눈감는다면 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수십년간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 이제는 이를 과감히 떨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