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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주변을 바라보는 차가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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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알고,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것도 지적 욕구를 채우는 것이 1차 목적이 아닌, 언론사 지망생의 필독서 목록에 이 책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심없이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지 못하고, 겨우 일신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 때문에 접했던 책. 그러나 그런 불순한 동기와 자괴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회화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조그만 틀을 마련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오는 지적 포만감과 재미도 더불어 안겨 주었다.

美學,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내가 알고 있던 미학은 단순히 회화의 사조와 구도, 색 등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학문에 불과했다. 그런 피상적인 인식과 더불어 미학은 '어려운 학문, 따분한 학문, 그다지 지적이지 못한 학문'이었다. 지극히 팝적인 예술(영화나 대중음악 정도?) 이외에는 예술이 뭔지도 잘 모르는 나에게 미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학문이었다.

'미학 오디세이'는 딱딱하게 이론을 강의하지 않는다. 단지 그림 하나를 보여주고 왜 그렇게 그려졌는지, 또 그 화가 혹은 그 시대가 그 그림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치 이야기하듯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러나 그 설명 또한 지루하지 않다. 마치 예전 약장수가 약파는 식의 어투로 설명하기도 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덕분에 독자는 지루할 틈도 없이 쉬운  설명과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체로 미학이 무엇인지 쑥쑥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이 미학이라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1권은 원시시대부터 중세까지의 미술을 다룬다. 예술이 주술로부터 분리되는 시기부터, 고대의 사실적인 예술, 그리고 중세의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예술까지 예술이 걸어온 길을 여러 작품들을 곁들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이 탄생한 배경, 예술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예술은 가상인가, 현실의 재현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던 이유, 고대 이집트 예술이 시체토막을 연결한 것 같이 인체를 묘사한 이유, 그리스 예술 속에 숨겨진 비밀, 중세시대 회화에 인물이 과장되고 원근감이 없는 이유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도 시원하고 명쾌하기에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다.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책을 덮는 순간 내가 떠올린 명제는 '모든 학문은 통한다'였다. 이는 학문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사회와 자아를 해석하기 위해 발현된 것이고 회화 역시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과 작가의 자아를 반영한 하나의 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역시 회화의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적 시각(물론 이 두 흐름은 관념론과 실재론으로 발전되어 현대철학으로 이어진다.)에 입각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이어짐이 부드러운 것은 물론 '모든 학문은 통한다'라는 명제가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재로의 다양한 접근과 명쾌하고 지루하지 않은 월, 재미, 그리고 풍부한 삽화와 깔끔한 구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미학 교본이 바로 '미학 오디세이1'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미학 오디세이2'를 읽는 중, 3권은 책꽂이에 대기중......^^